배신감에 치를 떨며, 혹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여, 우리는 마치 119에 전화하듯 변호사를 찾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이혼 전문 변호사'를 치고, 수많은 광고와 후기 속에서 가장 싸워줄 것 같은 사람, 가장 빨리 나를 이 지옥에서 꺼내줄 것 같은 사람을 고르려 애씁니다.
그 다급한 마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가장 공격적이고, 가장 유명한 변호사만이 짓밟힌 내 자존심을 세워주고 나를 구해줄 것이라 믿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기억하십시오. 당신이 스스로에게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않은 채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설계도 한 장 없이 건축업자에게 "알아서 좋은 집 한 채 지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집을, 얼마의 예산으로, 언제까지 지을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면, 그 집은 당신이 원치 않는 모습으로, 예산을 초과하여, 기약 없이 지어지게 될 것입니다.
변호사는 당신의 '인생 목표'를 대신 설정해주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직 당신이 설정한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을 안내하는 '법률 기술자'일 뿐입니다. 당신의 이혼이라는 중대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고 싶다면, 변호사의 문을 두드리기 전에, 반드시 당신 자신에게 아래 5가지 질문을 던져야만 합니다.
질문 1: 나의 최종 목표는 '전쟁'인가, '협상'인가?
가장 먼저, 당신이 이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그림의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전쟁'을 원하십니까?
상대방의 잘못을 낱낱이 밝혀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 재산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싸우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당신에게는 법정에서의 공격과 방어에 능한, 소위 '싸움꾼' 기질의 변호사가 필요합니다.
'협상'을 원하십니까?
감정 소모와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최대한 빨리 이혼을 마무리 짓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당신에게는 소송보다는 '조정' 절차에 능숙하고, 상대방과의 원만한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협상가' 기질의 변호사가 필요합니다.
'전쟁'을 하고 싶은데 협상가를 선임하거나, '협상'을 하고 싶은데 전쟁광을 선임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당신의 목표가 당신이 고용할 무기의 종류를 결정합니다.
질문 2: 내가 이 소송에 쓸 수 있는 '예산'은 총 얼마인가?
매우 현실적이지만, 많은 분들이 외면하는 질문입니다. 이혼 소송은 돈이 듭니다. 착수금, 성공보수, 인지대, 송달료 등. 소송이 길어질수록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희망 사항이 아닌, 당신의 현재 재정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십시오. 이 소송을 위해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총비용의 상한선을 정해야 합니다. 이 예산은 당신의 전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면, 당신은 무조건 '협상'을 목표로, 단기전으로 끝내야만 합니다.
상담 시, 당신의 예산을 변호사에게 솔직하게 공개하십시오. 좋은 변호사는 당신의 예산을 존중하고, 그 범위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을 함께 고민해 줄 것입니다. "비용은 신경 쓰지 말고 이겨만 달라"는 말은, "내 지갑을 당신 마음대로 쓰시오"라는 말과 같습니다.
질문 3: 나에게 '궁극의 승리'란 무엇인가? (돈 vs 시간 vs 마음의 평화)
당신은 이혼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얻고 싶습니까? 안타깝게도,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습니다. 이 세 가지 가치는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돈'이 최우선이라면, 당신은 긴 시간과 극심한 감정 소모를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 '시간'이 최우선이라면, 즉 빨리 끝내는 것이 목표라면, 당신은 일정 부분의 돈을 양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 '마음의 평화'가 최우선이라면, 당신은 돈과 시간 모두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갈등 자체를 최소화하는 길을 택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중 당신의 우선순위를 1, 2, 3위로 매겨보십시오. 그리고 변호사에게 명확히 말해야 합니다. "저는 돈을 조금 덜 받더라도, 6개월 안에 모든 것을 끝내고 싶습니다." 이 한마디가 변호사에게 당신의 '승리'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가장 명확한 지침이 됩니다.
질문 4: 나는 변호사에게 '지시'할 것인가, '의존'할 것인가?
당신은 이 소송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싶습니까?
- 'CEO형 의뢰인': 변호사를 법률 자문을 해주는 전문가로 활용하되, 모든 상황을 직접 파악하고 최종적인 전략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으신가요?
- '위임형 의뢰인': 너무 복잡하고 고통스러우니, 믿을 만한 전문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결과만 보고받고 싶으신가요?
어떤 유형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성향을 알아야, 당신과 맞는 소통 방식을 가진 변호사를 찾을 수 있습니다. CEO형이라면, 당신의 질문에 귀찮아하지 않고 상세히 설명해주는 협력적인 변호사가 필요합니다. 위임형이라면, 당신이 믿고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신뢰감을 주는 변호사가 필요하겠죠.
질문 5: 이 사람과 1년 이상 '참호' 속에 함께 있을 수 있는가?
이혼 소송은 짧아도 6개월, 길면 몇 년이 걸리는 길고 외로운 싸움입니다. 당신의 변호사는 그 기간 동안 당신과 함께 '참호' 속에 있을 유일한 아군입니다. 당신은 그에게 당신 인생의 가장 치욕스럽고 아픈 비밀까지 모두 털어놓아야 합니다.
상담 과정에서 변호사의 경력이나 승소율만 보지 마십시오. 그 사람의 눈을 보고, 말투를 듣고, 당신 자신에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이 사람을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가?"
"이 사람이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있는가?"
"나는 이 사람 앞에서 내 가장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가?"
당신의 직감을 믿으십시오. 실력은 기본이고, 결국 당신의 힘든 여정을 지탱해주는 것은 변호사와의 인간적인 '신뢰 관계'입니다.
변호사의 문을 두드리기 전에, 먼저 당신 자신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십시오. 이 5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당신을 혼란스러운 '피해자'에서 당신 소송의 '주인'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당신이 당신 소송의 주인이 될 때, 비로소 길을 잃지 않고 가장 현명한 출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